미드나잇 인 파리 후기: 과거는 언제나 멋지다.
처음에는 메가박스의 오리지널 티켓을 모으기 위해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14년 전 개봉한 작품이고, OTT에서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었지만, 2025년이 되면서 오리지널 티켓 컬렉팅에 빠져 굳이 영화관을 찾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디 앨런 감독의 팬도 아니었고, 출연 배우들에게도 특별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 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영화는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길 팬더’가 약혼녀 ‘이네즈’와 그녀의 가족과 함께 파리를 방문하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길은 할리우드에서 대본을 쓰는 것보다 소설을 집필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싶지만, 이네즈는 그의 선택을 탐탁지 않아 합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인인 ‘폴 베이츠’ 커플을 만나고, 길은 폴을 탐탁지 않아 하며 저녁 댄스파티 대신 혼자 산책을 나섭니다.
산책 중 길은 길을 잃고 헤매다 종소리가 울리는 순간, 빈티지 자동차가 다가와 자신을 파티에 초대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를 만나고, 전설적인 재즈 아티스트 콜 포터의 연주를 듣습니다. 이어서 피츠제럴드는 길에게 자신의 친구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소개해 주는데, 문학을 사랑하는 길은 이 순간을 황홀하게 만끽합니다. 그는 헤밍웨이에게 자신의 소설을 읽어달라고 부탁하지만, 헤밍웨이는 오히려 거트루드 스타인에게 원고를 보여줄 것을 제안합니다.
흥분한 길은 원고를 가져다주기로 결심하지만, 바를 나서는 순간 다시 현재로 돌아옵니다. 현실로 돌아온 길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지만, 약혼녀 이네즈에게 이 신비로운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어 새벽에 그녀를 데리고 같은 장소를 찾아갑니다. 그러나 이네즈는 그의 이야기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숙소로 돌아가 버립니다. 그리고 다시 등장한 빈티지 자동차가 길을 또다시 과거로 초대합니다.
길은 1920년대로 돌아가 거트루드 스타인을 만나 자신의 소설을 보여주고, 파블로 피카소와 그의 연인 아드리아나를 알게 됩니다. 헤밍웨이는 아드리아나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길 역시 그녀에게 마음이 끌립니다. 그러던 중 살바도르 달리와 그의 동료들을 만나게 되는데, 길이 2010년대에서 왔다고 밝혔음에도 초현실주의자인 그들은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한편, 현재에서는 이네즈와의 관계가 점점 악화되고, 이네즈의 아버지는 길을 수상하게 여겨 사설탐정을 붙입니다.
길은 자신의 비현실적인 경험을 소설에 녹여내며 점점 과거의 삶에 빠져듭니다. 그러던 중 헤밍웨이가 아드리아나와 함께 사냥 여행을 떠나려 하자 실망한 길은 현재로 돌아와 벼룩시장을 거닙니다. 우연히 아드리아나의 일기를 발견한 그는 그녀가 자신과 함께한 밤을 회상하며, 귀걸이를 선물받고 싶어 했다는 내용을 읽습니다. 이에 길은 약혼녀의 귀걸이를 훔쳐 선물하려 하지만, 들킬 위기에 처하자 다른 귀걸이를 구입해 아드리아나에게 전달합니다.
아드리아나와 키스를 나누던 순간, 그들 앞에 19세기 벨 에포크 시대의 마차가 멈춰 섭니다. 아드리아나는 길처럼 과거를 동경해 왔고, 마차는 그녀를 1890년대로 초대합니다. 길과 함께 19세기로 간 아드리아나는 툴루즈 로트렉, 에드가 드가, 폴 고갱을 만나고, 그 시대에 머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길은 이 순간 깨닫습니다. 사람들이 동경하는 ‘황금시대’란 결국 현재를 부정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자신이 동경했던 1920년대의 인물들은 벨 에포크 시대를, 벨 에포크 시대의 인물들은 르네상스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길은 현재로 돌아와 아드리아나와 작별을 고합니다. 스타인은 그의 소설을 읽은 후 헤밍웨이도 감명받았다며, 길의 소설 속 주인공의 약혼녀가 현학적인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를 들은 길은 이네즈를 추궁하고, 결국 그녀는 폴과 바람을 피웠음을 인정합니다. 길은 약혼을 파기한 후 홀로 파리의 거리를 거닐다 벼룩시장에서 만난 가브리엘과 재회합니다. 그녀는 길이 떠올라 콜 포터의 새 레코드를 알리려 했다고 말하고, 길은 그녀에게 함께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합니다. 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길과 가브리엘은 비 오는 파리를 함께 걸으며 새로운 시작을 맞이합니다.
이 영화는 ‘과거에 집착하지 말자’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길은 황금시대로 여겼던 1920년대에 도착했지만, 그 시대에 살던 아드리아나는 또다시 1890년대를 동경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언제나 지나간 시간을 더 아름답게 기억하는 법이죠. 영화는 이러한 메시지와 누구나 알수 있는 과거 위인을 캐릭터화 함을 통해 고전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14년이나 되었는데, 이런 재개봉을 할때쯤 다들 한번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영화관에서 이런 명작을 보는 기회는 오랫동안 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