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오락수호대 후기: 오마카세의 마지막은 죽은 시체입니다.

'전자오락수호대'는 2014년부터 7년 넘게 연재된 작품입니다. 네이버 웹툰의 전성기를 함께한 만큼 팬층도 두텁죠. 그래서인지 영화의 첫 모습이 공개됐을 때는 원작과 너무 다르다는 비판도 거셌습니다. 당초 2024년으로 예정됐던 개봉은 미뤄졌고, 2026년 10월 14일에야 관객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영화는 꽤 준수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원작의 픽셀 스타일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솜씨는 국내 CG 스튜디오를 통틀어도 손꼽힐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캐릭터뿐 아니라 주변 배경까지 복셀 스타일로 채워놓았는데, 실제로 레트로 게임 속에, 그 '전자오락수호대'의 세계 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전문 성우를 기용한 선택에서도 작품에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개봉 전에는 조금 의아한 일도 있었습니다. 영화 제작을 마치고 예고편까지 나온 상황에서 펀딩을 열더군요. 그래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했습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자리 잡기 어려운 한국에서 제작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려는 시도일 수 있으니까요. 후원자의 이름을 엔딩 크레딧에도 올려준다고 하니, 어려운 영화 산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움직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찬밥 더운밥 가릴 상황은 아닐 테니까요.
그렇게 응원하는 마음으로 봤는데, 결말에서 그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오늘인 10월 16일 기준으로 제가 왓챠에 평가를 남긴 영화는 901편입니다. 재작년부터는 극장에서 최근에 본 영화만 평가하자는 마음으로 기록하고 있으니, 실제로 본 영화는 더 많겠죠. 왓챠에서도 꽤 많은 영화를 본 편이라고 하더군요. 그동안 영화를 보면서 모든 작품이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중국 영화가 잘 나올 수도 있고, 엄청난 돈을 들인 미국 영화가 망할 수도 있는 게 영화판이니까요. 아무리 구린 영화라도 기승전결은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전자오락수호대'는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은 채 끝나버립니다. 주인공의 이야기가 기와 승을 지나 이제 전으로 넘어가려는 지점에서 영화가 끝납니다. 보면서도 여기서 정말 끝내는 건가 싶었습니다.
2부작을 생각했을 수도 있고, 시리즈로 이어갈 계획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한 편의 영화로 개봉했다면, 그 안에서 관객이 받아들일 만한 마무리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영화의 끝맺음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잘못 판단한 결과로 느껴졌습니다. 오마카세를 먹으러 가서 잘 먹고 있었는데, 마지막 접시로 갑자기 죽은 생선 시체를 통째로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앞서 이해하고 넘어갔던 펀딩까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좋은 작품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응원했는데, 정작 관객에게 내놓은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끝나니 선뜻 좋은 마음이 남지 않습니다. 덜 만들어진 영화를 속여서 파는 느낌이 드는거죠.
로커스는 '한국의 픽사', '한국의 드림웍스'를 꿈꾸는 회사입니다. 픽사만큼이라고 하기는 어려워도, 국내에서 손꼽힐 만큼 스타일리시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회사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저 역시 한때 CG 업계에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이번 영화의 화면을 만드는 데 들어갔을 노력과 실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기획하고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능력이 이 수준에 머문다면, 로커스는 결국 애니메이션 외주 회사로 남을 거라고 봅니다. 이번 영화는 화면을 보며 감탄했던 만큼, 끝났을 때의 실망도 컸습니다.
제작 방면에선 꽤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면서도, 극장을 나오며 이렇게 불쾌했던 영화는 처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