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020426. 솔직히 요즘 좀 좆같습니다.

seungohjung 2026. 2. 4. 12:07

솔직히 말해서 좀 좆같은 게 아니라, 많이 좆같습니다.

 

AI를 업으로 삼으며 별의별 테스트를 다 해봤습니다. 원래 하던 일이 비주얼적인 결과물을 내는 예술 직종이다 보니, 요즘 트렌드라는 그놈의 '딸깍'으로 어떻게든 때깔 좋은 이미지를 뽑아내는 효율적인 방법을 배우려 발버둥 쳤습니다. 하지만 파면 팔수록, 제가 얼마나 '병신'인지 하루가 다르게 뼈저리게 느낍니다.

 

이 바닥을 조금만 파보면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유명 스튜디오들이 만드는 영상이 왜 고작 SORA 구독 따위로 끝나지 않는지, 눈이 있다면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 압도적인 퀄리티는 탄탄한 기술력과 막대한 인프라 위에서 구현되는 것이니까요. 저 같은 사람조차 AI 논문을 읽고 대학원 수준의 깊이가 없어도 겉핥기 식으로나마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왔는데, 시발 이 좆같은 사회는 왜 갈수록 멍청해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 혼란을 틈타 기회주의적으로 뒷광고나 심어대며 판을 흐리는 AI 영상 업체들은 제 심기를 건드리는 주범입니다.

 

'CG는 끝났다.'
'딸깍 한 번으로 영화가 뚝딱.'
"댓글에 '프롬포트' 남기면 프롬프트 드립니다..."

 

 

이따위 병신 같은 구조를 '브랜딩'이라 포장하며, 예술 직종을 비하하고 마치 자신이 거장 감독이라도 된 양 꺼드럭대는 꼴을 보면 진짜 죽탱이를 날리고 싶을 만큼 좆같음이 혈관을 타고 역류해 하루하루 제 심기를 긁어놓습니다. 심지어 저런 홍보 수단의 99%는 결국 상업용 서비스를 팔기 위한 미끼일 뿐이며, 그들이 주는 프롬프트를 똑같이 복사해서 붙여넣어도 절대 그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조금만 해보면 알 수 있는 기만입니다.

 

실상 전문가을 들여다보면 이미 만들어진 템플릿 위에 숟가락만 얹어 조금 수정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어려워 보이는 ComfyUI도 결국 기존 워크플로우를 조정하는 과정일 뿐이고, 쏟아져 나오는 논문들 또한 기존 이론보다 "조금 더 좋게", "조금 더 효과적으로" 수정해보니 괜찮더라는 식의 공학적 개선이지, 뉴턴의 만유인력 발견 같은 혁신은 아닙니다. 냉정하게 말해 우리가 겪었던 AI의 진정한 '유레카 모먼트'는 GPT의 등장 이후로는 크게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제가 "모르면 공부해라"라는 꼰대 같은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저 또한 여전히 모르고, 앞으로도 영원히 모를 영역이 이 업계라고 생각합니다. 개성 없는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다시 사실주의로 넘어가던 18세기의 예술이 단순히 '정답을 찾아서' 변한 게 아니듯, 모든 창작은 그 시대상에 맞게 그려내야 한다는 것이 이 직종의 장점이자 딜레마입니다. 그건 AI가 발전을 해도 절대로 해결을 못할 상상력의 단계라고 전 판단합니다. 아닐수도 있고요. 

 

하지만 AI가 그럴싸한 결과물을 배출해낸다고 해서 이 직종이 사라질까요? 사라지는 것을 넘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A가 치열한 고민 끝에 만들어낸 그림의 프롬프트를 받아서, B가 아무 생각 없이 똑같이 출력해낸 결과물이 과연 가치 있는 작품일까요?

 

물론 그런 식으로 일하면 돈은 잘 벌겠죠. 하지만 오직 돈만 벌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껍데기만 생산한다면, 몸을 파는 것과 제 일이 본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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