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쓰는 글입니다. 지난 6개월간 이런저런 걸 하느라 글 쓸 시간이 없었지만, 한번 시간을 내서 머리도 정리할 겸, 글을 써 내려가봅니다.
저는 오랜시간 영화 팬이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했고, 음악도 좋아했고, 한국 문화가 좋아서 한국으로 입국한 사람입니다. 국적은 한국이지만, 한국에서 오래 살 생각도 없었고, 살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한국을 떠날 때 현금 영수증이 나왔고, 그전에는 1년에 한 번씩은 한국에 들어왔지, 굳이 여기서 살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어디 뭐 외국에서 살고, 독립할 생각이 많았지.
하필이면 제가 졸업할 시기에 기생충이 개봉합니다. 좋은 영화고, 엄청난 영화입니다. 해당 영화를 보고 느낀건
한국 영화에 제 이름을 한번 올려보자
그렇게 짐을 싸고 한국에 들어옵니다. 한국어도 하고, 영어도 하고, 중국어도 하는데 뭐가 문제일까요?라는 생각에 들어왔지만 전 세계가 문제가 되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영화업계는 3번 백텀블링을 하면서 기준이라는 게 변경이 됩니다. 영화관은 고급진 문화가 되며 사람들은 영화관을 안 가게 되며, 영화를 제작하는 방식과, 소비하는 방식조차도 많이 변경이 되기 시작합니다. 저도 그거에 대응을 하면서 백텀블링 앞텀블링을 하면서 결국에 기생충에 많은 기여를 한 덱스터 스튜디오에 입사를 합니다. 스케줄을 관리하는 코디네이터로요. 스케줄만 잘 관리를 하면 되는 업종이라 솔직하게 입사 전에는 개꿀일 줄 알았지만 제 인생에 모든 걸 변하게 만들어준 계기가 됩니다.
전 '상업영화'에 뛰어들면 뭐랄까.. 뭔가 다 크리에이티브 한 업무를 할 줄 알았습니다. 막 회의를 가면 "안됩니다 슈퍼바이저님!" 이러고, 슈퍼바이저도 "아니다!"라는 형식의 미팅이 매일같이 일어나며, 전 뒤에서 대충 일 하고, 막 사람들과 함께 좋은 영상을 만들어주며 영화 제작판에 뛰어들어 버킷리스트였던 한국 영화에 이름을 올리면 제 인생이 변할 줄 알았는데 인생에 변한건 육중해진 몸덩어리와 피폐해진 정신이였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의 오류였던거 처럼, 전 영화 크레딧, 영화인에 제 이름이 등록이 되면 뭔가 변할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 어떤 회사를 가던, 납품이 중요하지 뭔 자신의 상상력이 들어가겠어요..
전 제가 제 경력이 부족해서 그런 건 줄 알았습니다. 중학생 시절 때 "난 세상을 알아!" 하는 거처럼 경력이 쌓이면 뭔가 제가 모르는 세상이 온 줄 알았는데, 3년간 지나면서 느낀 건 아래와 같았습니다.
1. 덱스터는 CG를 진짜 기똥차게 잘한다.
2. 기술의 차이는 존재한다.
문제는 덱스터를 넘어서, CG라는 업계 자체는 언제나 치킨게임이 진행되는 중이었습니다. 촬영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시작된 산업이, 어느덧 '우리가 CG에 이만큼' 돈을 넣었어요 자랑거리가 되기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영화가 잘 팔리면 문젠 없죠, 문젠 영화가 안 팔라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CG를 넣는다는 게 '사치'가 되었습니다.
데이터로 보면 더 충격적입니다. 평균적으로 손익분기점이 300만 인 영화 산업에서, 2025년 6월 20일 기준 전체 영화 기준 야당이 박스오피스 1위며, 33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손익분기점보다 살짝 올라간 수준입니다. 17년도 나온 애니메이션 슈퍼베드 3가 330만 명이었습니다. 17년도 박스오피스 18위 하던 영화가, 25년도 1위 하는 거랑 같은 수준입니다. CG 회사는 돈을 벌 수 없는 수준일 정도입니다. 구조가 그래요.
효율적으로 이걸 관리할 수 없을까?
제가 한 2년 차가 되었을 때 세상을 바꾼 툴인 ChatGPT 가 나왔습니다.
작은 썰을 풀자면, 당시에 제가 담당했던 프로젝트 슈퍼바이저가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말을 한적 있었습니다. '승오 코디, 결국엔 미래에는 코딩이 언어가 될 거야'.저 보다 연세도 많으신 분이어서 그냥 잔소리로 듣고 있다가, 그 주에 주말 출근을 했어야 했고, 주말에 일을 하다가 대기시간이 길어져서, 같이 단순 엑셀을 파이썬 기반으로 데이터를 읽어주는 코드를 짜는 건 만들어봤는데 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그리고 GPT가 나오고 단순 텍스트로 친 프롬프트라는 명령어로, 5분 안에 그 코드를 짰습니다.
그리고 옆집 AI를 보니 뭐 '미드저니?' 같은 거로 막 이미지를 만들곤 했습니다. 제 설명으로 그림이 제작이 되는 게 엄청 신기했고 전 여기에 올인을 했습니다. 아 이걸 막 '저 진짜 열심히 했어요!'가 아니었습니다. Beta AI라는 사이드 프로젝트에 참여를 하며 AI로 프로덕트를 만드는 경험을 해봤고, 매주 뉴스를 팔로업 하는 뉴스레터를 만들기도 했으며, 뭘 정확하게 했다고는 말을 못 하지만, 덱스터에서 작업한 작품에서 AI Engineer로 크레디트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영화 산업은 끝난 걸까? :
AI의 발전으로 인해 전 세계가 염병을 떨기 시작했습니다. XX가 망했네.. ㄱㄱ으로 뭐 천만 원을 벌었네.. 이거 지금 안 하면 넌 죽을 목숨이네 등등 신세계가 다가는 왔지만, 아주 내일 모레가 죽어가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하필이면, 미디어 제작 AI 분야가 진짜 첫 빠따를 맞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맞는 이야기이긴 합니다. 미드저니 V3 시절에도 '와 이런 그림이 나온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그림들이 막 그냥 나오긴 했습니다. 심지어 가격도 단 8달러면 한 달에 한 200장 정도, 30달러면 무제한으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가격에 대한 허들도, 기술적 허들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기술의 발전은 많이 올라왔습니다.
위에도 기재한 거처럼 영화 산업은 비이상적으로 산업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변화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영화관 박스오피스 산업은 죽어가고 있지만, 넷플릭스 주가는 전고점을 갱신하고 있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은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ㅋㅋ 영화도 새로운 역사를 쓰곤 하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뭐 별로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 베팅합니다.
AI의 성서라고 여겨지는 'Attnetion is All You Need'라는 논문을 보면 Transformer라는 메커니즘은 결국 우리가 어떤 말을 했는지 기반에 유저가 뭘 원하는지 '집중' 을 하고, '답변' 을 하는 과정을 가집니다. 이전 '번역기' 처럼 원래는 모든걸 순서대로 집중하는 방면, Transformer 메카니즘은 유저의 입력값에 집중하며 답변을 합니다. RLHF 같은 튜닝 기법으로 어느 정도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만, 알잘딱깔센 은 불가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간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를 하며, 아티스트들의 스케줄을 파악하면서 그들의 결과물만 봐도, 같은 피드백과, 같은 레퍼런스 이미지, 같은 시간에 말을 해줘도, 10명에게 말을 하면 10개에 다른 버전들이 나옵니다. 심지어 감독도 같은 사람이랑 일을 해도 매번 다른 결과물을 원하는 게 영화입니다. 감독이 본인이 그려도 자신의 그림을 확실하게 100% 알고 있는 건 아무도 모릅니다. 흔하게 말하는 AI 이미지들도 보면 이게 결국엔 텍스트 <-> 이미지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계산된 결과입니다. 어떤 데이터가 들어갔는지, 어떤 캡션으로 트레이닝이 된 건지, 얼마나 트레이닝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많은 변수가 일어나긴 하지만, 결국엔 모든 게 계산이 됩니다.
'자연광 보다 이쁜 라이팅은 없다', 제가 영화를 공부한 시절에 교수님이 그런 말을 한적 있습니다, 에디슨이 조명을 만들고 조명의 발전도 몇백 년이 지나도 그 자연이 주는 자연광을 베끼지 못하는거 처럼, 인간의 상상력은 계산이 안되며, 예술이 지금까지 생존해온 이유들입니다. 누군갈 배끼지 않고, 매년 새로운 예술이 새로운 방법으로 만들어져서 멋있는 거지..
영화는 계산돼서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며,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인데, AI가 아무리 AGI부터 ASI 가 와도, 인간도 모르는 '알잘딱깔센' 결과물이 도달을 할 수 있을까요?
추가로 학술적인 이야기로 조금 들어가 봅시다. 요즘 뭐 'xx 툴이 대박박' 이러는 상업용 툴 말고도 논문 같은 걸 보면 다 뭐 '저희 코드는 이거까지 됩니다' 이러는데, 이게 상업적으로 먹힐지 모르겠습니다. 넷플릭스나 일반 영화를 납품은 흔하게 말하는 불법 다운로드는 하는 mp4로 마무리해서 납품하진 않습니다. 다 한 장 한 장 EXR 32bit 색감을 유지하면서 작업을 진행을 하는데, 일반적인 코드들은 그냥 8bit JPG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네, 뭐 시늉만 하는 거지, 상업용 퀄리티는 절대 아닙니다. 물론 코드를 수정을 하다 보면 32bit 데이터를 강제로 주입시킬 수 있지만, 넣어봐야 현재 가진 GPU들로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잘 나오지도 않습니다. (제가 모르는 걸 수도 있지만, 논문에서 자랑하는 결과물조차도 480p인걸 보면 뭐..)
문제는 영화 현장 산업에 대한 문제입니다. 사람들이 소비를 하는 시장이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변화되고 있는 영화 시장
자연광도 좋고, 영화를 높은 화질로 촬영하는 것도 다 좋습니다.
예술을 하는데 높은 화질로 작업을 하는것도 좋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거에 대해 신경을 안 써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예를 들어 text - to - 3d, 텍스트를 쳐서 3D를 만들어주는 툴이 있습니다. 툴은 그럴싸한 3D 모델을 만들어주지만, 덱스터에서 만들어주는 툴만큼의 뛰어난 메쉬나, 디테일을 만들어내질 못합니다. 아니면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미드저니는 아직도 뛰어난 뎁스를 보여주진 않습니다. '상업용'이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사람들은 지금 만들어주는 text2 model의 모델에도 소비를 하며 미드저니 이미지에 좋은 반응을 보여줍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예술 시장은 언제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1500년도 프린팅 기술이 나올 땐 손으로 글씨를 쓰는 글작가들의 일자리가 작아지며, 프린팅 기술로 인해 많은 종교인들은 자신들의 성서의 가치가 떨어질까 봐 걱정을 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프린터를 씁니다.
1800년 연도에는 사진 기술이 나와 자화상 화가들의 일자리를 위협했습니다.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1800년도 활동하던 시인이자 유명한 평론가는 사진 기술이 나왔을 때 사진 기술을 '망한 화가들이 도망치는 기술'(the refuge of failed painters'라고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옆집 콩순이네 둘째 아들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심지어 영화 문화 자체도 연극 문화의 해가 된다고 하며 '이것은 진짜 스토리 텔링이 아니다'라고 펌 화하던 문화였지만, 지금은 영화가 연극보다 더 높은 문화요소가 되었습니다.
비록 AI로 영화를 만드는 게 이상하고, 계산되고, 센스가 없다 해도, 만일 사람들이 영화에 소비를 안 한다면 그게 다 의미가 있을까요?
영화 산업에서 AI로 효율성을 찾다.
영화인이 되기 전에 저는 사실 음악인을 꿈꿨습니다.
랩을 좋아했고, 중국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며 공안에게 몇 번 잡혀볼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고, 아직도 음악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전 음악을 잘 만들지 못했지만, 어떤 음악이 잘 팔리는 줄 잘 알았습니다. 저랑 같이 음악을 시작한 작곡가 친구의 음원은 차트 1위도 해봤고, 같이 랩을 한 친구는 쇼미 더머니에 나가 3위를 해보고, 같이 연락하던 미국 래퍼는 '빌리 아일리시'와 같이 협업을 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그 센스가 좋아, 'Music Business'이라는 학과를 전공하자 라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액션에도 옮겼습니다. 미국에 가서 UCLA에서 Music Business Convention 도 가봤습니다. 하지만 20살 정승오가 만난 'Music Business'는 내 음악을 팔기 위한 경영철학이 아닌, 경영자들이 음악을 어떻게 파는지를 알려주며 큰 충격을 줬습니다. 전 제 음악을 팔고 싶었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이 학과를 쫓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뭐 영화를 공부하며.. 지금의 제가 왔습니다..
영화 산업은 현재 효율성을 넘어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영화관에서만 소비를 하던 영화는 핸드폰과 컴퓨터로 들어왔습니다.
영화관은 더 이상 영화를 보여주는 것 장소가 아닌, (한국에선) 스포츠 경기부터 팬미팅을 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돌아보면, 계획했던 길은 없었고, 그저 눈앞의 현실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영화가 죽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AI가 예술을 망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예술이 다시 한번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새로운 기술이 낯설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그걸 외면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결국 지금 이 변화 속에서 효율성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직접 도전해 보는 것뿐입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낯설더라도, 일단 부딪혀봐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과거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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