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는 걸그룹 출신 배우 혜리의 네 번째 주연작으로, 1984년 거제도의 치어리딩 팀 '새빛들'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되었습니다. 영화는 1999년, 이른바 '밀레니엄 버그'가 화제였던 시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거제도 고등학교에 다니는 추필선(혜리 분)과 박세완(장미나 분)은 댄서의 꿈을 키우는 친구 사이입니다. 듀스, 핑클 등 한국 대중음악의 전성기였던 그 시절, 두 친구는 서울에서 전학 온 김세현(조아람 분)을 만나 힙합 댄스가 아닌 치어리딩의 세계로 빠져들게 됩니다.
'빅토리'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그 정석적인 접근 방식에 있습니다. 혜리의 연기 경력이 아직 부족하고, 박범수 감독도 상업적 성공작이 없는 신예 감독이며, 제작사 안나푸르나 필름 역시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결코 저질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든 면에서 균형 잡힌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스토리 전개, 음악, CG, 촬영 등 영화의 모든 요소에 충실했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특히 한국 영화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스토리 측면에서 안정감을 보여주며, 코미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억지스러운 신파나 과도한 웃음 유발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반면 '행복의 나라'는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유명한 추창민 감독의 여섯 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조정석, 고(故) 이선균, 유재명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고,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정치 영화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습니다. 영화는 1979년 10월 26일 발생한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10.26 사건)과 그 이후의 12.12 군사반란을 배경으로 합니다. 실제 김재규의 부하 중 한 명이었던 박홍주를 모티브로 한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러나 '행복의 나라'는 아쉽게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물을 보여줬습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을 다루면서도 진중함과 가벼움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했습니다. 영화의 톤이 일관되지 않아 관객들에게 혼란을 주며, 때로는 지루함마저 느끼게 합니다. 경험 많은 제작진과 배우진의 면면을 고려할 때, 이는 더욱 아쉬운 점입니다.
두 영화를 비교해 보면, '빅토리'가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인 작품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빅토리'는 제작진의 경험 부족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기본에 충실했으며, 특히 혜리의 연기 변신이 인상적입니다. 반면 '행복의 나라'는 뛰어난 배우진과 감독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두 영화중 한편만 볼 수 있다면, 저는 과감하게 빅토리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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