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12

전자오락수호대 후기: 오마카세의 마지막은 죽은 시체입니다.

'전자오락수호대'는 2014년부터 7년 넘게 연재된 작품입니다. 네이버 웹툰의 전성기를 함께한 만큼 팬층도 두텁죠. 그래서인지 영화의 첫 모습이 공개됐을 때는 원작과 너무 다르다는 비판도 거셌습니다. 당초 2024년으로 예정됐던 개봉은 미뤄졌고, 2026년 10월 14일에야 관객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영화는 꽤 준수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원작의 픽셀 스타일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솜씨는 국내 CG 스튜디오를 통틀어도 손꼽힐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캐릭터뿐 아니라 주변 배경까지 복셀 스타일로 채워놓았는데, 실제로 레트로 게임 속에, 그 '전자오락수호대'의 세계 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전문 성우를 기용한 선택에서도 작품에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개봉 전에는 조금 의아한 일도 있었습니다. 영화..

문화 예술 01:44:00

룩백 실사판 (2026) 리뷰 - 후지노의 인생 사계절

※ 작품의 주요 전개와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룩백 ] 은 [ 체인소 맨 ]으로 유명한 후지모토 타츠키가 2021년 발표한 단편 만화입니다. 단편임에도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일본의 만화 가이드북 [ 이 만화가 대단하다! 2022 ] 남성편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처음 보면 두 소녀의 특별한 관계를 다룬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 작품을 한 창작자가 성장하며 겪는 인생의 사계절에 관한 이야기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실사영화는 그 사계절을 35mm 필름이라는 매체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보다 더요. 봄 — 자신만의 세상을 발견하다 영화는 초등학교 4학년 후지노가 학교 신문에 4컷 만..

문화 예술 2026.10.11

인턴 (2026) 후기 - 회사를 안다녀본 감독님

인턴은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연출하고 로버트 드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주연을 맡았던 2015년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한국 리메이크 작품입니다. 82년생 김지영, 그리고 올해 만약에 우리를 연출한 김도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했던 실버 인턴 자리에는 최민식, 앤 해서웨이의 CEO 자리에는 한소희가 들어갑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리메이크 자체가 특별한 건 아닙니다. 슈츠, 앙투라지, 라이프 온 마스처럼 해외에서 성공한 IP를 한국으로 가져와 현지화하는 작품도 많았고, 핑거스미스를 가져와 아가씨를 만들거나, 해외 원작의 아이디어와 뼈대를 가져온 뒤 거의 새로운 작품처럼 뜯어고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리메이크는 태생적으로 원작과 비교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잘 만든 리메이크들..

문화 예술 2026.09.14

Obsession 후기 : 새로운 세대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

카리나가 당신이 없으면 죽어버리겠다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Obsession〉 은 1999년생, 뉴욕필름아카데미 출신 Curry Barker의 두 번째 영화이자, 첫 스크린 데뷔작 중 하나입니다. 애초에 본인이 운영하던 스킷 채널 ‘thats.a.bad.idea’ 도 유쾌상쾌한 코미디보다는 어딘가 조금 불쾌한 다크 유머를 유지하던 채널이었는데, 이번 작품도 딱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매우 어둡고, 매우 음침하고, 보고 나면 기가 꽤 빨리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바론, 일명 ‘베어’ 베일리 의 시선으로 흘러갑니다. 바론, 니키, 이안, 세라는 같은 음악 스토어에서 일하는 동료이고, 바론은 니키를 좋아합니다. 문제는 그걸 니키를 제외한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겁니다. 영화 초반부에서 바론은 니키에게 고백하려고 계..

문화 예술 2026.07.05

CJ CGV 2026년도 1분기 IR 자료 분해: 왕사남은 과연 CGV를 살렸을까

해당 글은 절대로 CJ CGV 주식에 대한 구매 추천 / 비방의 의도는 없음을 밝힙니다. 모든 IR의 시작은 '그래서 그 회사가 돈을 벌었냐?'를 집중해도 될 듯합니다. 그래서 IR 자료의 첫 페이지에도 망했으면 망했다! 벌었으면 벌었다!라는 걸 밝히는데 CGV가 작년 1분기에 비교했을 때 55억 추가 영업이익을 벌며 영업흑자 확대를 기록했습니다. 사실 최근 몇년간 영화 뉴스를 보면 언제나 불행한 뉴스 내용만 나오곤 했습니다. 영업이익이 92% 떨어졌다니.. 옆집 (메가박스 / 롯데시네마)는 둘이 합병을 한다고 하고.. 뭐 CGV 사업 철수니 이런 이야기가 돌곤 했습니다. 실제로 작년 2분기 영업이익이 17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3%가 내려가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매우 걱정되곤 했습니..

문화 예술 2026.05.08

데미안 허스트의 전시를 보는 관람객들 위한 안내서

이번 전시는 데미안 허스트의 최초 아시아 전시라는 점부터 이미 가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다만 모든 전시가 그렇듯, 배경 지식이 없으면 10분 스피드런으로 훌쩍 보고 나오기 십상입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전시를 제대로 즐기며 볼 수 있는 안내서를 작성해 봅니다.3 전시실 — 모든 질문에는 의심이 따른다 : 전시의 시작전시의 시작은 지하 1층의 〈죽은 사람의 머리와 함께〉라는 작품입니다. 사진 속 데미안 허스트는 고작 16살. 악동처럼 웃고 있는 그의 옆에는 분장처럼 보이지만, 실제 시신 안치소에 보관된 잘린 시신의 머리가 놓여 있습니다. 16살의 데미안은 친구에게 부탁해 이 사진을 찍고 잘 간직하다가, 10년 뒤 자신의 첫 개인전에서 공개했다고 합니다.얼핏 보면 철없는 장난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은 그의..

문화 예술 2026.03.24

중간계 리뷰) AI로 만든 대참사 영화

네, 뭐 중간계를 굳이 영화관에서, 제 돈 주고 보고 왔습니다. '국내 최초 AI 활용 장편 영화'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자랑스럽게 영화를 홍보도 하길래, 나름의 1. 영화인 배경을 가진 사람이자 2. BetaAI 뉴스레터도 작성하는 사람으로서 궁금했습니다. 나름 컴퓨터 비전에 대가들 아래에서 일도 해본 경험으로써, 그 큰 스크린에 소화가 될만한 그림을 만들었다는 게... 의심도 되기도 하고, "진짜 뭔 깡이지"라는 생각도 들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기존에 'AI' 영화와 다르게, 무려 전문 감독, 배우가 붙으며 1시간이라는 분량으로, 돈을 받으며 개봉을 했습니다. AI로 만든 그림은 이쁘지만, 그 색감의 깊이는 렌더가 매우 힘듭니다 (최근 ILM에서 뭐 32bit까지 만들어냈다고 하는데..). 영화관에서..

문화 예술 2025.10.17

Ep.1 투올더컬처키즈: 영화 현장에서 효율성을 찾다.

오랜만에 쓰는 글입니다. 지난 6개월간 이런저런 걸 하느라 글 쓸 시간이 없었지만, 한번 시간을 내서 머리도 정리할 겸, 글을 써 내려가봅니다. 저는 오랜시간 영화 팬이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했고, 음악도 좋아했고, 한국 문화가 좋아서 한국으로 입국한 사람입니다. 국적은 한국이지만, 한국에서 오래 살 생각도 없었고, 살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한국을 떠날 때 현금 영수증이 나왔고, 그전에는 1년에 한 번씩은 한국에 들어왔지, 굳이 여기서 살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어디 뭐 외국에서 살고, 독립할 생각이 많았지. 하필이면 제가 졸업할 시기에 기생충이 개봉합니다. 좋은 영화고, 엄청난 영화입니다. 해당 영화를 보고 느낀건한국 영화에 제 이름을 한번 올려보자그렇게 짐을 싸고 한국에 들어옵니다. 한국어도 ..

문화 예술 2025.06.28

미드나잇 인 파리 후기: 과거는 언제나 멋지다.

처음에는 메가박스의 오리지널 티켓을 모으기 위해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14년 전 개봉한 작품이고, OTT에서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었지만, 2025년이 되면서 오리지널 티켓 컬렉팅에 빠져 굳이 영화관을 찾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디 앨런 감독의 팬도 아니었고, 출연 배우들에게도 특별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 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영화는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길 팬더’가 약혼녀 ‘이네즈’와 그녀의 가족과 함께 파리를 방문하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길은 할리우드에서 대본을 쓰는 것보다 소설을 집필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싶지만, 이네즈는 그의 선택을 탐탁지 않아 합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인인 ‘폴 베이츠’ 커플을 만나고, 길은 폴을 탐탁지..

문화 예술 2025.02.16

멜로 무비: 달콤 씁쓸한 30대의 사랑 이야기

넷플릭스에서 오랜만에 기대되는 드라마가 공개했습니다.'멜로무비'는 최우식, 박보영, 이준영, 전소니가 주연을 맡고, '호텔 델루나'와 '스타트업'을 연출한 오충환 PD가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드라마는 김무비와 고겸, 홍시준과 손주아라는 두 개의 주요 스토리라인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김무비 (박보영)는 영화를 싫어하지만 영화광이었던 아버지의 숙명적인 사업을 이어받아 결국 영화감독이 된 인물이며, 고겸은 어릴 때부터 영화를 사랑해 배우에서 영화 평론가가 된 인물이다. 두 사람은 20대에 영화 현장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하루 만에 고겸이 사라지고, 5년 후 김무비가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순간 고겸이 영화 평론가로 다시 나타납니다.   그리고 한편, 홍시준은 자칭 '천재' 작곡가지만 몇 년간 빛을 보지 ..

문화 예술 2025.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