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중간계 리뷰) AI로 만든 대참사 영화

seungohjung 2025. 10. 17. 00:58

국내 최초 AI 활용 장편 영화! (두둥)

 

네, 뭐 중간계를 굳이 영화관에서, 제 돈 주고 보고 왔습니다. '국내 최초 AI 활용 장편 영화'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자랑스럽게 영화를 홍보도 하길래, 나름의 1. 영화인 배경을 가진 사람이자 2. BetaAI 뉴스레터도 작성하는 사람으로서 궁금했습니다. 나름 컴퓨터 비전에 대가들 아래에서 일도 해본 경험으로써, 그 큰 스크린에 소화가 될만한 그림을 만들었다는 게... 의심도 되기도 하고, "진짜 뭔 깡이지"라는 생각도 들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기존에 'AI' 영화와 다르게, 무려 전문 감독, 배우가 붙으며 1시간이라는 분량으로, 돈을 받으며 개봉을 했습니다.  

일반 이미지 vs HDR 이미지

AI로 만든 그림은 이쁘지만, 그 색감의 깊이는 렌더가 매우 힘듭니다 (최근 ILM에서 뭐 32bit까지 만들어냈다고 하는데..). 영화관에서 그 좋은 색감을 가진 기준을 만들어 낸다는 게 꽤 많은 VFX에 문제 중 하나였고, 그나마 'AI'가 사용될만한 매트 페인팅 분야나, 콘셉트 아트, 프리비즈 파트에서 잘 사용을 했지, AI로 뭘 만들어 내서 큰 스크린에 건다는 건 기술적 발전 (또는 구라를) 엄청 크게 한 거로 나름의 기대를 했습니다. 그 '깊이'를 구현을 했다? 내년 또는 올해 시그라프 아시아는 이걸 구현한 팀이 주목이란 주목을 다 가져간다고 생각해도 편합니다. 

 

아, 위에 글들이 구현이 된다면 말이죠

진짜 이렇게 한다고? 진짜?

놀랍게도 중간계 예고편에 한장면입니다.

중간계에서 처음에 기대했던 점은 무려 분량이 1시간이라는 분량입니다.  AI 로 영상을 작업한 사람은 알겠지만, 이것도 사람이 할 짓이 안됩니다. 클리쉐적인 스토리조차도 구현하기가, 연출가에 대한 맘처럼 나오진 않습니다. 여배우와 남 배우가 어깨를 부딪히는 거 조차 안 나오는 경우도 있으며, 컨트롤이 생각보다 힘듭니다. 이번 작품은 그냥 그런 컨트롤을 그냥 포기한채, 또는 동떨어진 샷에 AI를 붙이는 게 다입니다. 

 

뭔가 AI + VFX 보다, 그냥 '우리 AI 했어요' 수준으로, 기존 배우와 AI가 자연스럽게 믹스가 되진 않으며, 대부분은 배우와 동떨어진 샷에서 AI 샷을 배치했으며, 기껏해야 합성으로 대충 가짜로 붙은 수준이지, 과연 이런 걸 '국내 최초' 빼고는 AI를 잘 활용을 했는지, 이걸 자랑스럽게 여길수 있는 작품일까 궁금할 정도로 구리게 만든 작품입니다. '중간계'는 이 기술적 허들을 넘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스크린에 펼쳐진 것은 혁신이 아니라, 조악한 'AI 특유의 플라스틱 질감'을 그대로 노출한 디지털 폐기물에 가까웠습니다.

 

*Topaz 로 6144x6144 업스케일 한 이미지를, 4K 시퀀스에 올린 이미지 입니다.

 

더 놀라운건 진짜 이런 퀄리티가 통과가 된 건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퀄리티를 생각을 안 한 수준입니다. 업스케일링으로 뻥튀기된 해상도는 뭉개진 디테일과 인공적인 질감을 감추지 못했고, 배우들의 연기와 분리된 AI 생성 샷들은 서로 겉돌며 영화의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총분량이 고작 12분에 불과한 AI 장면들은 어설프게 덧붙인 스티커처럼 보였습니다. 이는 VFX 업계와 AI 기술을 탐구하는 모든 창작자의 뺨을 후려치는 것과 다름없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무례함입니다.

 

기술적 실패는 차치하더라도, 이 영화는 영화의 제1원칙인 '재미'를 완벽하게 놓쳤습니다. 서사는 챗GPT에게 "미래적인 배경에 남녀가 나오는 짧은 이야기"라고 대충 던져준 프롬프트의 결과물이라 해도 믿을 만큼 얄팍하고, 캐릭터는 종이 인형처럼 건조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은 "그래서 우리는 AI를 썼다!"라고 외치는 제작진의 목소리 외에 아무것도 느낄 수 없습니다. 재미도, 기술적인 진보도요. 

 

원숭이도 버튼을 누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예술이 되려면 창작자의 고뇌와 철학이 담겨야 합니다. '중간계'는 AI라는 버튼만 눌렀을 뿐, 그 안에 어떠한 영혼도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프로세스를 단축하는 도구로서의 AI가 아니라, 창작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방패막이로 AI를 소비했을 뿐입니다. 그게 진짜 제일 빡칩니다. 


 

모든 도전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돈을 받고 대중에게 선보이는 상업 영화라면, 최소한의 퀄리티와 재미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중간계'는 '최초'라는 타이틀 뒤에 숨어 그 모든 책임을 유기한거 같습니다. '최초'라는 훈장은 선구자의 영광이지, 기술을 오용하고 관객을 기만한 자들의 면죄부가 아닙니다.

 

부끄러운 결과물로 시장을 흐리고 기술의 가능성을 모독한 이 영화는, 한국 영화사에 '국내 최초 AI 활용 영화'가 아닌 '최초의 AI 참사'로 기록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끄럽게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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