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턴은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연출하고 로버트 드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주연을 맡았던 2015년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한국 리메이크 작품입니다. 82년생 김지영, 그리고 올해 만약에 우리를 연출한 김도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했던 실버 인턴 자리에는 최민식, 앤 해서웨이의 CEO 자리에는 한소희가 들어갑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리메이크 자체가 특별한 건 아닙니다. 슈츠, 앙투라지, 라이프 온 마스처럼 해외에서 성공한 IP를 한국으로 가져와 현지화하는 작품도 많았고, 핑거스미스를 가져와 아가씨를 만들거나, 해외 원작의 아이디어와 뼈대를 가져온 뒤 거의 새로운 작품처럼 뜯어고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리메이크는 태생적으로 원작과 비교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잘 만든 리메이크들은 보통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원작을 존중하되 한국에 맞게 다시 만들거나. 아니면 그냥 원작을 재료 삼아 자기 영화를 만들거나. 문제는 이번 인턴이 그 사이 어딘가에 애매하게 걸쳐 있다는 겁니다.
원작 인턴은 한국에서도 약 360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3,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전 세계에서 1억 달러를 훌쩍 넘는 흥행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내용도 매우 단순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사회 경험이 많은 노년의 인턴이 들어오고, 처음에는 서로 너무 다른 세대였던 사람들이 조금씩 영향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집니다. 어떻게 보면 '노장의 가르침'이라는 꽤 클래식한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세대는 경험을 배우고, 이전 세대는 새로운 세상을 배우면서 서로 화합합니다. 상업적으로는 크게 성공했지만 평단에서 엄청난 걸작 취급을 받은 영화는 아닙니다. 메타크리틱 51점, 로튼토마토도 59% 정도입니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이 영화를 정말 좋아하다 보니 한국판 인턴이 나온다는 것 자체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한국만큼 세대 갈등과 회사 문화 이야기가 많은 나라도 흔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묘한 느낌이 하나 계속 듭니다. 이 영화는 원작 인턴을 너무 좋아합니다. 너무 좋아해서 문제입니다.

한국판에서 한소희가 운영하는 회사의 이름은 패션 스타트업 'WOO22', 우투투입니다. 여기까지는 뭐 괜찮습니다. 문제는 사무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시작합니다. 원작 인턴에서 봤던 오픈형 사무실이 나오고, 가운데에는 사람들이 잡다한 물건을 쌓아놓는 테이블이 있고, 직원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회사는 다시 패션 브랜드입니다.
원작을 리메이크했으니 당연히 비슷한 이미지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오마주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 이 영화는 미국 원작의 회사 '모양'은 열심히 가져오면서, 정작 한국 회사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전혀 가져오지 않습니다. 여기는 한국입니다. 한국 회사예요. 그런데 한국 회사 같지가 않습니다.
리메이크에서 중요한 건 단순히 배우를 한국인으로 바꾸고 배경을 서울로 옮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만 해도 나라마다 일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신입이 들어오면 OJT를 어떻게 하는지, 직급에 따라 서로 어떻게 말하는지, 회의를 어떻게 하는지, 점심을 어떻게 먹는지, 눈치를 어떻게 보는지, 스타트업이면 스타트업만의 이상한 용어와 문화가 또 있습니다.
꼭 좋좋소처럼 숨 막히게 현실적인 중소기업을 그리라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반대로 토스 같은 회사처럼 수평적인 스타트업 문화를 보여줘도 됩니다. 판교식 스타트업의 허세와 말투를 가져와도 되고, 한국 회사 특유의 OJT나 조직 문화를 비틀어도 됩니다. 뭐든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투투에는 그게 없습니다.

미국식 오픈 오피스 세트 안에 한국 배우들을 풀어놓은 것에 가깝습니다. 직원들은 일을 하는 건지 노는 건지 모르겠고, 인턴은 회사에 들어왔는데 누가 일을 가르쳐주는지도 모르겠고, 조직도나 상하관계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현실적인 대기업도 아니고, 스타트업도 아니고, 좋좋소식 중소기업도 아닙니다. 회사라기보다는 보다 보면 무한상사가 오히려 더 회사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게 이 영화의 회사 장면이 가장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원작의 로케이션과 이미지는 그렇게 열심히 따라가면서, 정작 한국에서 리메이크할 때 가장 먼저 바꿨어야 할 '회사 문화'는 거의 고민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번 인턴 한국판 초반에 실버 인턴들은 새로운 회사 문화에 적응하지 못합니다. 당연합니다. 수십 년 동안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직장 생활을 해온 사람들이 갑자기 스타트업에 들어왔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회사에서 최민식에게 제대로 된 일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는 김요한 배우의 캐릭터가 최민식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냥 월루하시죠!". 이걸 오픈 오피스에서, 큰 소리로 회사 사람들이 다 있는데 인턴 3개월 계약직이 그런 소리를 합니다.
백번 양보해서 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회사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장면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인턴들은 근무 중에 자기들 마음대로 나가서 수다를 떨고, 인턴들은 회사 한복판에서 공개적으로 고백을 준비하고, 사무실에서는 온갖 사적인 이벤트가 자연스럽게 벌어집니다. 보다 보면 슬슬 궁금해집니다.

작가진 중에 회사를 다녀본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을까?
한국 회사가 미국 회사와 다르다는 건 뭐 대단한 리서치가 필요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옆집 순철이네 강아지도 압니다. 영화니까 현실과 똑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관객이 "그래, 저런 회사가 어딘가에는 있겠지" 정도는 믿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 영화는 그 간단한 '여긴 회사다' 라는 그 믿음이 계속 깨집니다.
거기에 영화는 원작의 핵심이었던 '노장의 가르침'도 포기하지 못합니다. 최민식은 여전히 주변 젊은 사람들에게 인생에 대한 조언을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한소희에게는 '새로운 시대의 여성 리더가 짊어진 책임감'도 넣고 싶어 합니다. 주변 직원들의 이야기도 해야 합니다.
로맨스도 해야 합니다. 세대 이야기도 해야 합니다. 부부 이야기도 해야 합니다. 회사 경영 이야기도 해야 합니다. 경영에 대한 배신 이야기도 해야 합니다. 이걸 하나를 집중 안 하고 아주 그냥 뱉었다고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리가 안된 에피소드를 뱉어버립니다.
그래서 영화 중간부터 여기저기서 개 난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평소에는 우하하하면서 가볍게 흘러가다가 갑자기 한소희 남편의 외도 이야기가 튀어나옵니다. 회사를 위해 외부 CEO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던 부대표는 알고 보니 회사에 대한 배신자였고, 마지막에는 한소희가 갑자기 "나 사실 다 알고 있었어." 같은 태도로 그를 해고합니다. 그리고 거의 바로 새로운 부대표를 뽑습니다. 보다 보면 회사 생활을 실제 회사가 아니라 커뮤니티 썰로 배운 사람이 각본을 쓴 것 같은 순간들로의 연속의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더 아쉬운 게 배우들입니다.
최민식이 연기를 못하는 배우도 아니고, 한소희가 화면에서 존재감이 없는 배우도 아닙니다. 주변 배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열심히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상한 설정들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배우들은 진지하지만, 상황이 그린스크린 뒤에서 촬영한 것도 아닌데 안 진지합니다. 후반부에는 분명 감동을 주기 위해 만든 신파 장면들이 들어가는데, 감정적으로 따라가야 할 순간에 영화관에선 그 누구도 그 상황을 공감을 못해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원작 인턴을 충실하게 다시 만든 영화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인턴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완전히 한국적인 작품으로 뜯어고친 영화도 아닙니다. 원작의 사무실과 설정은 놓기 싫고, 한국적인 이야기도 넣고 싶고, 요즘 회사 문화도 보여주고 싶고, 여성 CEO의 성장도 넣고 싶고, 가족 신파도 넣고 싶고, 전부 그냥 마라탕 마냥 다 넣었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제대로 남지 않습니다. 원작을 따라 하려는 노력과 새롭게 각색하려는 노력이 서로 싸우다가 둘 다 애매해져 버린 느낌입니다. 정말 누가 옆에서 칼 들고 "이제 대본 그만 쓰세요."라고 해서 급하게 마무리한 것 같은 순간도 있습니다.
리메이크는 원작과 달라도 됩니다. 오히려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가씨가 핑거스미스와 똑같았으면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아가씨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좋은 현지화 작품들은 결국 원작에 없던 자기 나라의 냄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인턴에는 한국 배우들이 나오고, 한국어를 하고, 서울에서 일하는데도 이상하게 한국의 냄새가 잘 나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리메이크 작품 중에서는 최악의 축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최민식과 한소희라는 배우를 데려오고, 한국에서 유난히 사랑받았던 인턴이라는 좋은 재료까지 가져왔는데. 완성된 영화는 이상하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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